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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2026년, 가을

[BLOG] 2026년, 가을 – 27년차 개발자 회고

늘 가을에 회고를 쓴다. 10월이면 ‘나이가 +1 상승했습니다.‘, ’경력이 +1 상승했습니다.’ 처럼 레벨 상승이 일어난다. 이 ’+1‘이 능력이 좋아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1년이 지난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AI를 활용해서 업무가 변하는 시대에 연차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WE)로 26년을 살아온 나에게 지난 1년의 변화는 너무나 큰 변화였다. Web3D, Windows App, Multiplatform App, Android Mobile, Backend, SaaS로 영역을 변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였다. 지난 25년 동안에는 ‘기획 > 개발 > 테스트 > 배포’의 기본 프로세스 안에서 각 영역이 전문화되며 세분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지난 1년은 기본 프로세스 자체가 달라지는 시간이었다. 세분화된 영역이 다시 통합되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작년 가을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PM들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을 경험했을 때 큰 변화를 예상했으나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는 ‘딸깍‘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가 탄생하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사건(?)은 RHWP라는 오픈소스 HWP/HWPX 파서다. SNS와 GeekNews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병역을 아래아한글과 함께한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상용 소프트웨어와 동일한 품질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본 기능을 구현한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Adobe Creative Cloud의 앱들과 Microsoft Office의 앱들을 AI를 이용하여 구현한 오픈소스가 공개되었다. (※이 글을 수정하는 동안 이음오피스도 공개되었다.)

AI를 활용하며 개인적으로 변화한 것도 많다. AI를 이용해서 프롬프트를 작성하고 읽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연히 책에서 멀어졌고, 책을 읽고 글로 정리하던 활동도 뜸해졌다. 눈과 정신적인 피로로 책을 읽고 쓰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기술을 배우는 방법도 변했다. 예전에는 기술 서적을 읽고 내용을 이해한 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술을 공부했다. 회사에서 배우기 어려운 기술은 관심 분야가 같은 커뮤니티 멤버들과 함께 공부했다. 요즘은 AI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고 있다. 그리고 긴 시간 함께 작업한 AI는 나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어 피드백을 요청하면 상세하게 조언해 준다. SNS에서 유행한 ‘AI와 대화한 이력을 바탕으로 개인 포스터 만들기’, ‘AI에게 MBTI 물어보기’도 피드백과 맥락이 같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을 AI를 활용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니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의 커뮤니티 활동이 뜸해졌고, 멘토로서 멘티에게 줄 수 있는 기술과 개발에 대한 지식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며 자연스럽게 멘토링 활동도 멀어졌다.

회사 업무 환경도 AI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IT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Platform팀의 리드로서, 팀원들과 함께 회사의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를 주도하며 1년을 보냈다. AX를 시작하기 전인 2024년 10월부터 GitHub Copilot과 Cursor를 SWE에게 지급하고 개발 업무에 활용하도록 했다. 2026년에는 본격적으로 AX를 시작하여 3월에 전사 직원에게 Claude 계정을 지급하고, AI 도입과 운영에 대한 가이드를 배포했다. 그리고 사내 보안 가이드라인 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K8S, Git, n8n 등의 도구를 지원했다. CxO들의 지원을 받아 토큰 사용량을 늘려가며 AI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현재는 Claude와 Codex를 병행 사용하며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사내에 공유되는 문서도 Google Docs에서 Markdown으로 바뀌었고 직원들은 업무에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관리 업무와 실무를 함께하는 시니어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관리 시간을 줄이고, 실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팀원들이 매일 아침 Google Docs로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정리한 스크럼을 작성하고, 나는 이 기록을 정리해서 정기적으로 1:1에서 피드백을 주었다. 작성과 피드백은 사람의 몫이었다. 지금은 Jira, Google Calendar, Slack을 참고해서 스크럼을 작성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스킬을 제공한다. 팀원들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서 AI와 스크럼을 작성한다. 나는 리포트 스킬을 통해 보고서와 피드백 문서를 생성하고, 그 문서를 바탕으로 1:1을 진행한다. 작성과 피드백을 사람과 AI가 함께 한다. 나 역시 AI로 관리 시간을 줄여 Platform팀의 자동화 도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업(業)을 바꾸고 있다. 한 분야의 선배들이 만든 경력 공식이 변하고 있다. 더 많은 일을 더 적은 수의 사람이 해내고 있다. 이러한 빠른 변화 속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란 고민이 특히 많았던 1년이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 나는 계속 배우고, 변하고, 무엇인가 만들고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 AI에게 위임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도 내가 직접 회고를 작성하기를 바랄 뿐이다.

[AI] identity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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